가을 샌디에고 방문기 (feat. 왜 여행기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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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샌디에고에 학회 (덩치가 좀 큰 학회라 업계관계자 분들은 아실만한.... ㅎㅎㅎ) 가 있어서 샌디에고에 방문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여행기가 아니라 방문기 입니다 ㅠㅠ)
출발하는 날 부터 갑자기 추워졌는데 저는 오히려 추운 날을 좋아해서 아주 즐거운 기분으로 출발을 했던거 같습니다.
학회 참석이 공식적인 목표지만, 비 공식적인 목표가 따로 있었는데요, 바로 제 최고 애정하는 맥주 브랜드인 발라스트 포인트 (Ballast point)의 양조장이 바로 샌디에고에 있었기에 더욱더 기대를 하게 되는 출장이었습니다.
중간 환승지로 가기위한 비행기가 참 작았습니다. 52명 정도가 탑승하는 비행기 였는데, 승무원도 1명만 탑승하더라고요.
사실, 여름에 UA 카드를 받게 되면서 그 혜택중 하나인 라운지 입장권을 사용해 보려고 했습니다. DEN 에서요. 그런데 두개의 라운지 중 하나가 공사를 한다고 문을 닫은 상황이라 그런지 사람이 몰려서 one-time pass 소지자는 입장이 불가하다는 안내를 받아서.... 결국 눈물을 머금고 쉐이크 쉑 버거에 가서 콜로라도 로컬 맥주를 시켜먹었습니다. Telluride Face Down Brown Ale 이라는 맥주 였는데, 특별하게 나쁘지도 않았지만 특별히 인상적이지도 않았던거 같습니다. 아멕스 골드의 이번달 다이닝 크레딧을 이렇게 사용했네요 ㅎㅎㅎㅎ
샌디에고에 오니, 바다가 참 예쁘더라고요. 내륙 사막에 살다보니 이건 뭐.... 물만난 물고기가 되어버리네요 ㅋㅋㅋㅋㅋ
호텔은 다운타운 근처에 있는 포포인츠로 정했습니다. 학회 기간에 숙박비가 엄청나게 뛰어서 학회에서 중개해주는 호텔중에서 골랐는데, 학회 기간인걸 생각하면 가격도 생각보다 합리적 이었고, 학회측에서 셔틀도 매일 운영해 주어서 편안하게 다녔던거 같습니다.
호텔 건물이 좀 재미있습니다. 원통형으로 생겼는데 가운데 엘리베이터를 두고 360도로 객실들이 위치한 형태 입니다.
아쉽게도 객실 사진은 많이 못 남겼는데, 만족도는 좋았습니다. 시설은 오래되었지만 리모델링과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청결도는 흠잡을데가 없었고, 무엇보다도 바닥이 카펫이 아닌점이 맘에 들었네요. 다만 아쉬웠던게 오래된 건물이라서 냉난방기구가 왼쪽 구석에 보시다시피 '저거' 입니다.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굉장히 시끄러워서 가동이되는 상태로 잠을 못자죠....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날씨였지만, 새벽에는 살짝 기온이 떨어지는지라 잠들기 직전에 한시간 정도 빡쎄게 틀고 난 다음에 끄고 잤던거 같네요.
호텔 맞은편에 있던 쉐브론 주유소 입니다.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주유소 마저도 낭만스럽게 하는군요 ㅋㅋㅋㅋ
호텔 근처에 있는 little italy 라는 동네를 가 봅니다. 이름답게 참 이탈리아 관련 상점이나 음식점이 많더라고요. 사실, 도착하자마자 이 동네를 달려간 것은....
바로 이 곳을 가보기 위함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이번 여행의 개인적 목적은 이곳의 방문이었죠. 샌디에고에서 시작한 크래프트 맥주 회사인데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 성장과 더불어 굉장한 성공을 하여 지금은 코로나 그룹에 인수되어 있습니다. 참신한 시도와 높은 퀄리티로 인정을 많이 받아왔는데 개인적으로는 대기업에 인수되어서 혹시나 망가지진 않았을까 했는데 기우였습니다. 여전히 도전적이면서도 퀄리티 높은 맥주를 만들어주고 있더라고요 ㅋㅋㅋㅋ
Ballast Point Brewing Co.
심지어 음식마저도 도전적이더군요. 킴치즈 버거라는게 있어서 도전정신으로 먹어봤습니다. 해체 해 보면 정말 김치가 제법 큰 덩어리로 들어가 있는데 아무래도 미국 입맛에 맞추다보니 김치 특유의 군내나 신맛은 거의 없는 수준으로 줄였고, 가운데 삼겹살 덩어리도 넣었습니다. 그리고 보시다 시피 쪽파와 그리고 내부에는 구운 배 (pear)를 넣어서 생각보다 밸런스가 잘 맞는 음식이었어요. 만약 방문해 보신다면 드셔보는것도 좋다고 봅니다.
맥주는 Sculpin IPA 라고 해서 이 브랜드의 플래그쉽 맥주로 시작을 해 주었고요. 역시나 군계 일학이었습니다.
방문하기전, 홈페이지를 통해서 새로운 맛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시켜본 임페리얼 스타우트 입니다. 이름은 Victory at Sea Imperial Stout 였는데, 스타우트를 좋아하긴하지만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과한맛이 강해서 잘 못먹었었는데 역한맛은 없으면서 묵직한 맛은 유지하는 아주 잘 만들어진 임페리얼 스타우트라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가격이 다른 맥주들에 비해 2배 가격은 했는데요 (8oz, 약 250ml, 8달러) 그래도 꼭 한번 맛 보시라고 추천드립니다. 한정상품이라 언제 없어질지 몰라요.
사실, 처음 해당 펍을 방문했을때는 발표 전날이라 과음을 할수는 없어서 약간만 했구요. 발표를 멋지게 (?) 마치고 난 뒤에 본격적으로 즐겨보러 방문을 다시 했습니다.
이건 Watermelon Dorado 라는 신상 맥주 였는데, 참 신기한 맥주 였습니다. IBU (International Bitterness Unit) 90이나 되는 강한 쓴맛을 자랑하지만 향은 수박의 달큰한 향을 아주 잘 살린 재미있는 IPA 였어요. 향과 맛의 대비가 참 재미있었고, 점점 향에는 무뎌져 가다보니 쓴맛에 더 집중되어 가는 그 과정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이것도 혹시나 만나보시게 되면 꼭 드셔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그 다음에는 플래그쉽 맥주인 Sculpin IPA의 가지치기 맥주들을 도전 해 보았습니다. Hazy Sculpin IPA (좌), Aloha Sculpin IPA (우) 를 한번에 시키고 비교를 해 보았습니다. 둘다 Hazy IPA, Juicy IPA 류의 인기에 따라 만들어진 맥주들로 알고 있습니다. 헤이지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어 음... 저랑 잘 안맞는다는것을 느꼈고, 알로하 스컬핀은 일반 스컬핀 IPA 보다 홉향이 좀더 나서 맛있게 먹었던걸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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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워낙 좋아서 학회장과 호텔을 걸어서 가보기도 하였고, 중간에 짬이 나서 Balboa Park 라는 곳도 가 봤습니다. 지인중 샌디에고에서 오래 살았던 분이 강력 추천해 주신 곳 이었는데 정말로 추천할만 하더라고요. 스페인 답게 장식을 해 놨는데 스페인보다 더 스페인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공원안에 있는 Japanese Friendship Garden 도 참 괜찮았습니다.
별점이 꽤 높은 라면들도 먹어봤는데요. Tajima Ramen 이라는 곳 이었습니다. 체인이긴 했는데 맥주로 지친속을 다음날 달래기에 참 좋았습니다. 기본 스타일이지만 아주 잘 만들어진 기본 스타일이었어요. 가격도 괜찮았는데 12달러 정도... 양이 살짝 아쉽긴 했습니다.
Tajima Ramen
이곳은 Harumama Ramen 이라는 곳 이었는데, 오리고기를 이용한 라멘이 있어서 궁금해서 방문을 했습니다. 이 곳도 만족도는 좋았습니다. 타지마 라멘이 재료의 맛으로 충실히 승부를 보는 전략을 가진다면 이 곳은 양념과 다양한 재료의 배합으로 이루어낸 조화로운 맛으로 승부를 보는 곳 이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오리고기가 들어가서 식감도 재미있었고, 두 곳 다 방문하시어 비교해 보시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Harumama Ramen
학회가 열리던 건물 자체가 참 멋지더라고요. 샌디에고 컨벤션 센터 였는데, 일단 규모에 압도 되기도 하였지만, 햇살좋은 샌디에고의 날씨를 잘 살려서 2층엔 창문도 많이 만들어 두어서 햇살도 따뜻하게 들어오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리틀 이탈리 쪽이 샌디에고 공항과 매우 가깝고, 활주로 진입로에 걸쳐져 있어서 진짜 5분마다 한번씩 이런 장면이 연출됩니다. UPS 비행기 덕분에 이런 멋진 사진도 찍어봤고요. 햇살은 너무 멋져서 발라스트포인트 펍에서 마시다가 뛰쳐 나와서 건진 사진 입니다. 정말 캘리포니아의 석양은 어디에서도 못 보지 않나 싶습니다. 저도 샌디에고에서 살고싶어졌어요 ㅋㅋㅋㅋㅋㅋ
돌아오면서는 샌디에고에 있는 UA 라운지에 입장을 해 보았습니다. 덴버공항 쪽 상황이 너무 안좋아서 못 들어갈게 뻔해서 그냥 일찍 공항가서 죽치고 있기로 했지요. 운이 좋게도 (?) 비행기가 연착이 되어서 예상보다 더 오래 있게 되었습니다. 라운지를 사실 과거에 김포공항 국내선만 이용해 보고 라운지 다운 라운지는 처음이었는데 저는 만족이었어요. 바텐더가 맥주 주기전에 아이디 검사를 해서 그런거는 꼭 아닙니다 ㅋㅋㅋㅋ
주류도 리스트가 괜찮은 편 이었고, 음식도 괜찮았던거 같습니다. 사실 미국음식중에 이렇게 안짠게 있구나 싶을정도로 참 만족도가 높은 음식들 이었어요. 커피도 일리 기반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만들어 주기도 하였고요. 비행기로 출장 많이 다니시는 분들은 진짜 라운지 입장이 절실히 필요할거 같다고 느꼈습니다. 절약되는 식비며 편안한 장소에서 일을 할수도 있으니 장시간 비행이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덴버 공항에서도 느낀거 처럼, 사람 많다고 one-time pass 입장을 안 시켜줄거면 뭣하러 그 가격받고 파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저는 UA 카드 소시자라 카드 혜택으로 들어간 경우였지만 아마 제가 돈주고 패스를 앞으로 구매하지 않을거 같아요. 물론 티어 높으신 분들의 사정도 있긴 하겠습니다만 애시당초 라운지 입장권도 돈받고 팔려면 시설의 수용력을 늘려야 하지 않나 싶더군요.
UA 에게 실망했던게 바로 이곳입니다. 덴버 공항에서 UA의 the Club 인원이 통제 된다고 이쪽으로 가면 입장가능하다고 해서 가봤는데 오우.... 그냥 저렇게 가림막 하나 놓고 딱딱한 의자에 마음만 먹으면 외부인원도 다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조였고, 음식들도 그냥 찬 음식들 냉장고에 포장되어 있던 시설인데 이걸 one-time pass 소모하고 입장하라니 ㅋㅋㅋㅋㅋ 참.... 요새 시챗말로 UA가 UA 했다 라고 해야할까요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늘 그렇듯 맛있는 비스코프 쿠키로 여행은 마무리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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